오늘 성균관대학교 경시대회를 보고 왔습니다.
매번 나의 수학실력은 이정도까지인가 라고 생각하게 되기도하고
올림피아드,경시준비를 예전부터 할 걸 그랬나라고 우울해지기도 해요.
아무튼, 경시대회를 오랜만에 보다보니
예전 생각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몇 줄 적어보고자 합니다.
제가 '바른 수학교육, 누구에게나 다가가는 수학교육, 의미를 파악하는 수학교육'이라는 모토를 걸고
수학강의도 쓰고, 수학교육자를 희망하게 된 계기가 되는 일화 중 하나이지요.
때는 3년전 제가 중학교 3학년일 때입니다.
예전부터 글읽기를 참 좋아해서 이것저것 읽던 저는
호기심이 많던지라 자연현상과 수학에 대해 흥미가 참 많았죠.
특히 사다리타기, 여러가지 게임등에 접목되는 수학에 대해 관심이 참 많았고,
또 여러가지 과학 현상에 대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수학과학 관련 일에 참여하던 중에
경기과학고등학교가 입학사정관제로 전환한다며 떠들썩하게 홍보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에야 입학사정관제가 대학입시에도 쓰일만큼 일반적인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때 당시만해도 EBS 다큐에나 '외국에선 저런거 한다더라'라는 정도로 가끔씩 언급되던 이야기였죠.
아무튼, 저는 수학 과학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항상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수학 과학을 같이 좋아하던 놈들 중에는,
옛날부터 학원을 다녀서 고등학교 수학까지 무리없이 해내고
어디 올림피아드에 나가서 수상해오고, 은상밖에 못받았다고 징징대는 애들이 많았거든요.
학원을 다니지 않아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던, 남는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내거나 나름의 일들, 혹은 신나는 중학생활을 보냈던 저는
'어차피 선행학습 해야 (시험을 통과해서 선발)되는 것을 알고있어서' 과학고 지원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인근 친구엄마들은
저희어머니께 과학고보내려면 과학고 대비 학원을 보내야된다며,
수원에는 과학고 대비학원이 없어서 저기 멀리까지 당신 자식들을 보낸다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다니고 있는 영재교육원같은거는 하나 쓸모없다고 말이죠.
그런 얘기에 저나 어머니나 혹해서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돈도 돈이지만 중학교 청춘부터 선행학습에 허덕여가면서 공부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학원을 다니거나 선행학습을 하지말고 내실있게 스스로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자'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 중에도 이것저것 경시대회를 경험삼아 나가보면서
시험지를 한참 들여다보면서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푸는 길이 안보인다 정말로'
라고 하며 '경시 준비하는 나쁜 놈들'을 저주하곤 했었지요.
중학교 3학년때, 수학을 잘해보이는 애들에게 경시대회 예상문제들을 나눠주던 선생님이
제가 잘 풀어내지 못하는 걸 보니까 굉장히 실망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훤하군요.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그러던 와중에 생각지도 않았던
경기과학고등학교가 입학사정관제로 전향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럼 나같은 아이들도 뽑아 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되든안되든 경험이라 생각하고 한번 지원이나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경기과학고등학교에 지원했었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말짱 헛거였지만요.
애초에 물리니 화학이니 정규적인 수업으로는 고등학생 2학년이 되어서야 배우는 것들을
'이미 다 떼고 들어오는 걸 염두에 둔' 커리큘럼을
제가 설령 입학하게 된다하더라도 따라갈 리가 없었지요.
아무튼, 그런 꿈을 갖고
이것저것 저의 잠재성이니 창의성이니 입증할 만한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수학과학관련해서 정말 여러가지로 참가했던 지라,
그리고 옛날부터 형성된 사색하는 습관이 가져다준 여러가지 생각들이 넘쳐흘렀던 지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자기소개서를 내놓고,
우리나라 미래를 선도하는 과학자가 되건,
혹은 저 자신의 개인적인 호기심을 충족하는 과학자가 되건
어떻든 상관없이 저의 꿈을 간직하며 행복해했습니다.
입학사정관제라니,
학원을 다니지 않았지만
꿈은 가득한 저에게 딱 적합한 일인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야기가 자꾸 길어지는데,
그래서 하고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구요?
제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다음의 일화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던 도중 어느날 갑자기 경기과학고등학교에서 입학사정관 선생님이 방문하셨답니다.
저말고도 지원한 몇명을 한곳에 모아서 확인 서류를 작성하라고 시키는 아주 간단한 방문조사였죠.
후일 들어보니 학년부장선생님하고도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아무튼, 그렇게해서 서류를 작성하는데 [지원시 제출한 서류를 진짜 자기가 한 활동이 맞는지, 무슨 활동을 했는지 적는 간단한 조사였어요]
입학사정관 선생님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는 목적이었는지 한마디를 꺼내셨는데
'다들 학원에서 준비 많이 하고 있지?'
이 이야기였어요.
ㅋㅋㅋ 저는 그 때 느꼈습니다.
'과학고는 내가 갈 곳이 아니구나..'
그래서 1차 서류심사 결과통보 당일
제가 합격되었다는 소식에 저는 뭐 그러려니했는데
선생님들이 정말 기뻐하시더군요.
저보다 수학과학 수상실적이 많던 친구는 이상하게 1차 서류심사에서 불합격되었더라구요.
참 애증이 많은 친구였는데, 그렇게 되서 안타까웠지요.
그치만 사실 저는 3차 선발 방식이 예년부터 쭉 봐왔던
'수학, 과학 시험' 이란 것을 알고있어서
어차피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었죠.
애시당초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지원하긴 했지만
참 여러모로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다음 얘기는 여러분이 아시는대로입니다.
3차 시험을 보러가서 맨날 하던 대로
'이게 뭐야 대체...'
하면서 이것저것 찍고나왔죠.
물론 나름대로 그전까지 배워왔떤 지식들을 이용해서 짜맞춰가면서요.
이게 뭐 과학고 학생들을 비판하거나
입학사정관제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입학사정관제는 1차로, 저는 통과했고
3차 시험이 원래 예년부터 보던 시험이었을 뿐이지요.
그리고 우리나라를 선도할 과학 인재를 육성하는 기관의 특성상
초중교를 정상적인 진도로 따라오는 학생보다야
미리 월등하게 앞서나가는 과학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도 압니다.
독학으로 수학을 공부해서 열몇살때 증명을 했다던 오일러나 가우스같은 수학천재들이나
그에 준하는 학생들을 키워서 써먹겠다는 목적이 바로 특수목적고등학교인 과학고등학교이니까요.
다만, 그것이 정상적인 진도로 따라가는 학생을
누르고 올라가서는 안될일이지요.
우리나라의 박지성 선수같은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차근차근 커온 선수에게
환경때문에 이길 수 없다면, 그건 국가가 주관하는 교육의 특성상
형평성에 맞지 않으니까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과학고 대비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과학고에 감히 지원했던 저는
우리 학교로 찾아온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정신이 확 깨버렸고
그 이후로 쭉
'나는 엘리트가 아니라 나와 같은 모든 학생들과 같이 성장해나가면서
성장한 후에는 나와 같은 일반 학생들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생각이 빚어낸 일련의 과정이
지금 현재 하고있는 중학수학 강의와 같은 것들이구요.
중학수학 강의가 끝나면 고등수학 강의도 시작할 것이지만
제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아 불안하네요 ㅋㅋㅋ
아무튼저무튼
'경시대회와 올림피아드로 상징되는,
과학고등학교와 엘리트주의로 대표되는
선행학습과 경시대비반의 학습이 아니라
나만의 자기주도학습을 하면서
나와 같은 사람들을 도와 나가겠다'
'수학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모든이들이 '가장 필요한 수학적 개념과 그 의미'를 똑바로 아는데
내가 힘쓰겠다'
이것이 바로 수학교육을 하려고 마음먹은
하나의 큰 뜻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경시대회에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하나 써보겠습니다.
다음시간에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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