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강의:

1. 제곱근과 무리수 - 1-4) 제곱근의 크기 비교



어제가 설 연휴 시작일이었는데, 연휴라서 많이들 블로그를 안 찾아 주실 것 같았는데

예상외로 더 많이들 찾아와주셨더라구요.


몰래 연휴 때 글들 빠방하게 남기려고 했었건만! ㅠ

아무튼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제부터 두 편에 걸쳐서 연재할 '피타고라스와 무리수'는 교육과정 상의 내용은 아닙니다.

따라서 시험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따로 '피타고라스와 무리수'에 대해 쓰는 이유가 뭘까요?


그것은 중학교 3학년때 처음으로 무리수에 대해 배우게 되는데

학교 교과서에는 유리수와 무리수가 무엇인지 너무 간단하게만 쓰여있어서

제가 이 시점을 돌이켜봤을때

배우긴 배웠는데 뭔가 빼먹고 배운듯한 기분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글을 읽으면서 오히려 머리아플 일이 더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것 같은 분들은 바로 과감하게 스킵하셔도 좋습니다!)

아무튼 여러분들이 유리수와 무리수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도 볼 수 있게 만들어주고파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닷


제가 블로그 다른 글에서 <무리수>란 책을 읽고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그 책과 다른 백과사전 등을 참고해서 쓰여진 글이니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두 강의를 넘어가실 분들은 넘어가셔도 됩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거에요.

그럼 화이팅!




'모든 것은 수이다.' - 피타고라스



먼 옛날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자들이 많이 나타나던 시절에, 

세상의 근원이 무엇이냐,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대세였던 적이 있었더랬죠.


학자들은 각자 다른 것들을 내세우며 그것들이 세상을 이루는 근원이 된다고 주장했다 합니다.

탈레스는 물을, 누군가는 공기를, 누군가는 불을, 엠페도클레스는 흙을 각각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는 것은 중학교 과학시간에도 배웠었죠?


그런데 그맘때쯤 해서 '모든 것은 수이다!'라며 세상이 숫자들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한 학파가 있었다고 해요. 

여러분도 알 지 모르지만 바로 피타고라스 학파죠.

학파란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타고라스 학파는 피타고라스라는 수학자 한사람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피타고라스와 함께 모여서 같이 공부를 한 모임을 피타고라스 학파라고 불렀답니다..



사실 피타고라스라는 수학자에 대해서는 3학년 2학기 수학시간에 다시 배우게 될텐데요.

직각삼각형이라면 각각의 변의 길이가 어떻게 되는지를 말해주는 피타고라스 정리라는 이름을 많이 듣게 될거에요.

여러분은 1학기에 벌써 그 이름을 알아버렸군요. 껄껄.


아무튼, 피타고라스 학파는 공부하는 모임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종교적인 모임의 느낌도 많이 띄었다고 하네요.

저런 피타고라스 학파가 아니라 피타고라스교 라고 해야되려나요?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등과 같이..

아무튼 이들은

전생(前生)과 윤회를 믿어서, 사람이 죽으면 일정한 주기로 다른 생물들로 환생했다가 결국엔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그런 피타고라스 학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르침 중 하나는

'모든 것은 수이다!'

라는 말인데요.


이 문장에 들어있는 '수'라는 낱말은 우리가 아는 수 중에서도 특히 '정수'를 뜻하는데요.

'모든 것이 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길래 대단한 수학사랑맨인줄 알았더니

피타고라스는 사실 수학 중에서도 정수를 각별히 아끼는 정수사랑맨이었나 봅니다.


바로 요사람이 피타고라스! 그런데 알고보니 정수매니아?


그가 왜 정수사랑맨이 되었는지를 예시를 보자면 엄청나게 많은데..

방금 피타고라스 학파가 환생을 믿었다고 했었죠?

사람의 영혼이 태어나서 죽은뒤 다시 사람으로 환생하려면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믿었는데,

여기서 '몇 단계'라는 말이 결국 숫자와 관련되어 있었네요. 

영혼도 결국 숫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던 거죠.


또 우주의 별들도 정수와 관련된 일정한 법칙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것도 발견했고,

뭐 어디서도 뭐를 발견했고..

또 요즘 시대에 듣기에는 웃긴 얘기지만 

피타고라스는 1부터 10까지의 숫자 각각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해요.

그 중에서도 10은 가장 완전한 숫자로 우주의 대원칙이고 어쩌고저쩌고... 


이런 얘기 계속 늘어놓으면 뭔지도 모르겠고 재미없어질라 하네요.

우리는 무리수를 배우고 있으니까 거기에 관련된 얘기를 집중적으로 해봅시다. 

아무튼 앞선 이야기를 요약해보면,

피타고라스가 세상 만물 곳곳을 살펴보니 그 안엔 항상 숫자(정수)들이 숨겨져 있었고, 

그러다보니 '아! 우주는 정수의 법칙으로 이루어져있구나! 이 세상은 정수 없이는 얘기할 수 없구나!' 라고 생각했다는 거지요.


그 중에 제일 유명한 건 피타고라스가 음계에도 정수가 숨어있단걸 발견했단 스토리인데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짧게 알아봅시다.

여러분만큼이나 저도 짧은 걸 좋아합니다!






음악에도 정수의 비가 숨어 있다! 피타고라스 음계



여러분 중에는 기타를 치거나 바이올린을 켤줄 아는 사람이 있나요?

얘네와 같은 현악기는 손으로 악기의 줄을 눌러서(운지한다고 하죠) 음의 높낮이를 조절하게 되는데요.

줄을 짧게 잡을수록 음의 높이가 높아집니다. 

(길이가 짧아지면 파장이 줄어들어서 진동수가 높아지는 어쩌고저쩌고... 물리 과목에서는 이런 것도 공부한답니다^^)


근데 더 높은 음을 내고 싶으면 줄을 얼마만큼 짧게 잡아야 할까요?

예를 들어 '도' 음을 치다가 '솔' 음을 치고 싶다고 해봅시다.

그럼 원래 '도' 음을 치던 줄보다 얼마나 짧게 운지해야 '솔' 음이 나는 걸까요?

다시 말해서, '도' 음이 나는 줄의 길이랑 '솔' 음이 나는 줄의 길이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이렇게 각각의 음들을 내는 줄을 만드는 법,

다시 말해 음계들을 만드는 법을 알아내고 정리한 사람이 바로 피타고라스인데요.

그런데 여기에서도 정수 법칙이 있었다고 해요.

아무렇게나 짧게 잡는다고 우리가 아는 음계(도레미파솔라시도)에 해당하는 소리가 나는게 아니라,

처음 줄의 길이와 일정한 비를 이루게 줄을 잡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음들이 나온다고 합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죠? 예시를 몇 개 들어서 생각해봅시다.  


처음 줄을 갖고 친 음이 낮은 '도'였으면

그 줄과 의 비를 갖는 길이로 줄을 잡고 치면 한 옥타브 위의 음, 즉 높은 '도' 소리가 나게 되는데요.


한편 '솔' 음을 내고 싶을 때는 

맨 처음의 낮은 '도'를 치던 줄과 만큼의 길이 비를 이루는 지점을 손가락으로 잡고 치면 된다는 것!

즉, ('도' 음을 내는 줄의 길이) : ('솔' 음을 내는 줄의 길이) = 3:2 가 되게 손가락으로 잡아야 한다는 소리죠.



방금 이야기한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볼까요?

아, 노래 하나 들으면서 해봅시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얘기를 했더니 이 노래를 안 들을 수가 없군요.

들을사람은 클릭!



아무튼 아래가 문제의 그림입니다.

웬지 파이프같이 생겨보이지만 나름 기타줄 사진을 가져온건데... 아무튼 '도' 옆에 있는 그림이 낮은 '도' 음을 내는 기타줄 그림입니다.

실제로는 훨씬 길어야겠지만

일단은 그림상 저만큼 길이면 낮은 '도'음이 난다고 해봅시다!

그럼 '도' 줄 아래 그림으로 보이듯이 '솔' 음을 내려면 원래 줄과 3:2가 되는 길이를 잡고 연주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두 줄의 길이의 비가 몇 대 몇이다라고 하는 것보다는 

맨 처음의 '도'음을 기준으로 해서 그것의 몇 배인지를 생각하는 게 더 편하게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두 수의 비 대신에 '도' 음에 대한 비율로 나타내서 생각하자는 소리지요.


여러분들은 초등학교 때 비와 비율을 공부했으니까 를 비율로도 나타낼 수 있죠? 뭔가요?


를 비율로 나타내면죠. 호옥시라도 모르는 분들은 초등학교 수학을 다시 공부하도록 하세요.


그럼 이 비율, 즉 란 숫자가 뜻하는 건 뭔가요?


네 맞습니다. '도' 음을 내는 줄의 길이를 이라고 보면, '솔' 음을 내는 줄의 길이가 라는 뜻이 됩니다.

다시 말해, '도' 음의 줄의 길이를 3등분한만큼의 줄을 2번 이으면  '솔' 음이 나오게 된다는 소리죠.



낮은 도와 높은 도의 경우도 볼까요? 

그림은 별로지만, 실제로도 아래와 같이 의 비를 갖는 줄을 연주하면 

처음 줄과 같은 이름의 음이 나오지만 완전히 같진 않고 한 옥타브 높은 음이 난다고 합니다.  


여기서는 두 줄의 길이의 비가 이 될 것이고, 이를 또 처음 줄에 대한 비율로 나타내면 이죠.

원래 줄을 '2'등분한 것 만큼이 '1'번 있으면 한 옥타브 위의 음이 나온다고 정리할 수 있겠군요.



방금 알아낸 걸 토대로 계속해서 음을 만들어낼 수가 있는데요. 

도에서 시작해서 4단계(도레미파솔) 위의 음인 솔로 가기까지 라는 비가 필요했으니

다시 솔에서 시작해서 4단계(솔라시도레) 위의 음인 레를 연주하고 싶다면

다시 '솔'을 치는 줄과 만큼의 길이를 갖는 줄을 치면 '레'가 되고 뭐 그런식이죠.

그렇게 계속 만들다보면 우리가 지금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음계를 만들 수가 있고

이것을 바로 피타고라스 음계라고 한답니다.

(물론 지금 말한 것보단 쪼끔 더 복잡하긴 합니다 ㅎㅎ)


그렇게 만든 피타고라스 음계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아요.

고렇게 만든 피타고라스 음계!

사진 출처 : science 2.0



그림이 잘 보이나요? 

기타 위의 분수들이 중요한데요, 차례대로


'도' 음을 내던 줄의 배 한만큼의 길이에선 '레' 음이 나온다는 소리인데요.

얘를 다시 비로 만들면? 의 비가 되는 줄이 '레' 음에 해당하는 줄의 길이란 소리겠지요.


그리고 

'도' 음을 내던 줄의 배 한만큼의 길이에선 '미' 음이 나오고,

얘를 또 비로 나타내면 '도' 음에 해당하는 줄과  의 비를 갖는 줄이 '미' 음을 낼 수 있다는 소리겠지요.


그리고 '파' 음은 어떻고,, '솔' 음은 아까 한대로 라는 것을 확인했나요?

'라' 음도, '시' 음도 다 정수 비를 갖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겠군요. 


이걸 피타고라스가 처음 정리했을 때 얼마나 짜릿했을지 느껴지나요?

아니면 제가 도대체 어떤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나요?


가수들이 듀엣으로 노래를 부를 때 듣기 좋게 하기 위해서 화음을 넣잖아요?

그런 화음, 즉 하모니들을 들으면 아름답고 황홀감이 느껴지지요. 

귀르가즘이라고도 하는데.. 이건 적절하지 못한 단어일까요. ㅎㅎ;


아무튼 피타고라스가 놀란 부분이 여기입니다.

그런 듣기 좋은 하모니들이, 경이로운 화음들 역시도

결국에는 정수의 비로 나타내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죠.

수학이랑은 전혀 상관 없어 보였던 음악도 결국에는 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그냥 숫자들도 아니고 정수였으니 정수매니아인 피타고라스는 그 자체로 너무 기분이 좋았겠지요.

(물론 연주상 문제가 몇 개 있어서 음악이 발전하면서는 나중에 더 수정되는 음계가 사용되긴 합니다.)


음악도 정수고, 행성계도 정수고 등등등등..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모든 것은 정수다!' 란 얘기까지 하게 됐던 것이었네요.



피타고라스 학파의 '모든 것은 정수다!'라는 정신은

후에 좀 더 과감한 생각으로 발전했고, 또 그로 인해 결국엔 피타고라스의 사상이 파국으로 치닫게되는데요.

(그게 아니란 걸 밝혀낸 제자를 물에 빠뜨렸대나 뭐래나..)

무슨 얘긴지 궁금한가요?

다음 강의에서 같이 알아봅시다.



그 전에 너무 음악 얘기만 했으니까 수학 얘기도 하나만 짚고 넘어가봅시다.

또 뭐가 있다구요? 이런..

근데 어려운 얘기가 아니에요. 쉬워요.





유리수는 분수고, 분수는 비율이고, 비율은 비례 관계, 곧 정수의 비례 관계다.

즉, 정수매니아는 유리수도 사랑한다.



제가 위에서 초등학생 수학 시간에나 했을법한 것들을 계속 강조해서 설명했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들이 있을까요?

사실 너무 강조해서 다들 왜 이렇게 쉬운 걸 계속하는거야..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요.


의도적으로 저는 두 정수의 비를 분수 형태인 비율로 바꾸고

다시 분수 형태의 숫자를 두 정수의 비로 계속 바꿔가며 이야기했는데요.


너무 뻔하고 쉬운 얘기라 지루할뻔 했어요.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의 이야기니 중3 과정을 공부하는 여러분들한텐 훤하고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어요.

그치만 저는 그 뻔한 얘기를 다시 일깨워주고 싶은 거에요.


두 정수의 비를 비율로 나타내면 그건 분수 형태로 나타나고,

그렇게 분수 형태로 나타내지는 수들이 바로 유리수랍니다.

그럼 유리수는? 태초부터 두 정수의 비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숫자였다는 거죠.

이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더 자세히 다룰테니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요!


다음 강의:

1. 제곱근과 무리수 - 2-2) 피타고라스와 무리수 -2








<참고문헌>

 <무리수 : 헤아릴 수 없는 수에 관한 이야기>, 줄리언 해빌 저


무리수: 헤아릴 수 없는 수에 관한 이야기
국내도서
저자 : 줄리언 해빌(Julian Havil) / 권혜승역
출판 : 승산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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