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학질문방에 아래와 같은 질문이 있어 답변하려다가

답변이 길어져 글로 남깁니다. (동시에 10년동안 안한 숙제기도 하구요..)

 

답변하기 전에 우선 짚고 넘어갈 것은요.

고1 수학(상)의 연립방정식 단원에서

더이상 '최고차항 소거, 상수항 소거'는 나오지 않습니다.

 

고등학교에 나오는 연립방정식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보면

1. 일차식=0, 일차식=0

2. 일차식=0, 이차식=0

3. 이차식=0, 이차식=0

이고, 이 중 3번에서 예전에는 여러가지 내용이 나왔지만, 요새는

 

2015 수학 교육과정 중 고등수학 교수학습 유의사항

 

위 그림과 같이 아예 '인수분해 방법'이 되는 경우만 가르치고 배우자고 설명되어있기때문에

예전에 소개되던 방법인 '최고차항 소거, 상수항 소거'는 나오지 않습니다. ㅎㅎ

 

그리고 고1 이후로는 연립방정식이 더이상 나오지 않으니

고등학교 전체에서 나오는 연립방정식에 모두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확장 해석해도 되겠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해소(라기보단 말소..? 소멸..? ㅋㅋㅋ)되셨을 지도 모르지만

학교 수업이나 평가와 무관하게 순수한 궁금증이라고 생각하고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완전 무관할수만은 없는게, 두 미지수가 있는(x, y가 있는) 이차식 두개짜리 연립방정식을 푼다는것은

(도형의 방정식을 안다면) 두 원의 교점을 찾는 일과 연관되거든요.

 

+ 아래 글을 읽다보면 아시겠지만

1차식=0, 2차식=0 의 경우에서도 공통근이 아닌 근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기까지 생각해보면 고1 수학에 여전히 나오는 내용과 연관되었다고 생각해도 되겠네요.

 


 

그럼 다시 질문을 봅시다.

 

"그 중 최고차항이나 상수항을 소거하여 얻은 방정식의 해 중에는

공통근이 아닌 근도 있을 수 있으므로

두 방정식을 모두 만족시키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쩌다 공통근이 아닌 근이 나올 수도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자세하게 증명해주실 수 있나요?"

 

우선 (공통근이 아닌 근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는 것은 좀 말이 애매한게

나올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는 건 그냥 (나오는) 사례를 하나 보여주면 되거든요.

우리 나라 가정 중에 자동차를 소유한 가정이 있는걸 자세하게 증명해봐라.

라고 한다면 그냥 자동차가 있는 집을 섭외해서 보여주면 끝입니다.

 

그래서 증명이라기보다는 설명으로 생각하고 (뭐 크게 다를 건 없지만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가 중학수학강의에서

'1차식=0, 1차식=0'으로 이루어진 연립방정식은 사실

소거한 다음에 윗식, 아랫식에 모두 부합하는지 확인을 안해도 되지만,

나중에 2차식=0이 나오면 확인을 반드시 해야한다고 언급한적이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요기"를 클릭해서 글을 읽고 오세요.)

(확인을 해야 하는 이유는 나중에 설명한다고 해놓고 글을 안썼는데.. 이제야 쓰니 거의 10년이 지난 다음이겠네요.. ^^;;)

 

아무튼 각설하고, 해봅시다.

 

제가 제시할 예시는 다음입니다.

(원래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계산이 깔끔하게 떨어지게 할 수 있는데, 고민해보셔요ㅠ. 공을 넘깁니다 ^^;;)

 

$$\left\{\begin{matrix}
x^2+y^2=4 \\x^2-2x+y^2-4y=4
\end{matrix}\right.$$

 

이러면 보통 옛날 교과서나 (아직 안사라진) 문제집에는 양변을 빼라고 되어있습니다.

아니면 더 고대시절 '등치법'이라는 걸 이용해서 윗식과 아랫식의 좌변끼리 같다고 놓고 풀어도 되지요.

 

아무튼 빼봅시다.

 

그럼 다음 식을 얻습니다.

$$2x+4y=0$$

또는

$$x=-2y$$

$$(이건 y=-\frac{1}{2}x기도 하지요)$$

 

이 친구를 어떻게할까요?

보통 윗식이나 아랫식에 대입할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윗식에 $x$대신 $-2y$를 넣어봅시다.

$4y^2+y^2=4$ 이기때문에

$5y^2=4$ 를 얻지요.

 

그럼 루트가 나오는게 불쾌하지만 $ y=\pm \frac{2}{\sqrt{5}}$ 를 얻습니다.

얘를 이제 어떻게 할까요?

다시 윗식에 대입해서 열심히 계산하면 다음 네 개를 얻습니다.

$$\left\{\begin{matrix}
x=\frac{4}{\sqrt{5}} \\y=-\frac{2}{\sqrt{5}}
\end{matrix}\right.$$

$$\left\{\begin{matrix}
x=-\frac{4}{\sqrt{5}} \\y=-\frac{2}{\sqrt{5}}
\end{matrix}\right.$$

$$\left\{\begin{matrix}
x=\frac{4}{\sqrt{5}} \\y=\frac{2}{\sqrt{5}}
\end{matrix}\right.$$

$$\left\{\begin{matrix}
x=-\frac{4}{\sqrt{5}} \\y=\frac{2}{\sqrt{5}}
\end{matrix}\right.$$

 

하지만 여기서 답은 이것 두 개 뿐입니다.

$$\left\{\begin{matrix}
x=\frac{4}{\sqrt{5}} \\y=-\frac{2}{\sqrt{5}}
\end{matrix}\right.$$

$$\left\{\begin{matrix}
x=-\frac{4}{\sqrt{5}} \\y=\frac{2}{\sqrt{5}}
\end{matrix}\right.$$

 

(어떻게 알까요? 네 쌍을 모두 아랫식에 대입해보면 아랫식도 만족시키는 $(x,y)$는 두 개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원을 데려오면 편합니다.

 

DESMOS라는 사이트의 힘을 빌렸습니다.

(왼쪽 창에) 제가 처음에 제시했던 연립방정식의 윗식과 아랫식이 보이나요?

이 식을 만족하는 (x,y)를 좌표평면에 찍으면 오른쪽 원 두개가 나옵니다. 위에식이 빨강, 아래식이 파랑

 

(혹시 도형의 방정식을 모른다면 원을 충분히 익힐때까지 연립방정식에 대한 이 질문을 조금 보류하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도형의 방정식도 역시 수학 상입니다. 아랫 부분은 도형의 방정식을 알고나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두 식을 연립해서, 두 식을 모두 만족하는 $(x,y)$를 찾는다는 것은

두 원의 교점의 좌표를 찾는 것과 완전히 같은 소리입니다.

 

그래서 처음의 두 식이 성립한다고 두고 변변 빼었을 때 어떻게 됐지요?

(제가 역시 중학수학강의글에서 '변변 빼는 행위에는 두 식이 성립한다는 가정이 담겨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면 읽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x=-2y$가 나왔습니다.

 

이게 말해주는 건 뭘까요?

 

그렇습니다.

처음의 두 식을 만족하는 $(x,y)$는 $x=-2y$도 만족한다는 뜻이고.

실제로 그림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죠?

두 원의 교점은$ x=-2y$라는 직선 위에 있기도 합니다. (즉, 두 원의 교점의 좌표는 $x=-2y$를 만족시킵니다.)

 

그럼 최초의 의문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어떤 의문을 갖고 있었나요?

그렇습니다. 열심히 계산을 하고 났더니 (4개의 잠정적인 해답을 얻어냈었죠)

구한 4개의 답 중에서 두 개 빼고 나머지는 틀린근, 공통근이 아닌 근, 윗식만 만족하는 근 이였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왜 그랬을지, 내 풀이의 어느 부분부터 미심쩍을 수 있는지 혼자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준비되면 아래로 갑시다.

 

 

자 준비됐나요?

우선 $x=-2y$ 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다음 부분인데...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나요?

그렇습니다. $x=-2y$를 윗식에 대입하지요.

여기서 우린 그럼 뭘 푼걸까요?

 

그렇습니다.

$$\left\{\begin{matrix}
x^2+y^2=4 \\x^2-2x+y^2-4y=4
\end{matrix}\right.$$

최초의 이 식이 아니라

 

$$\left\{\begin{matrix}
x^2+y^2=4 \\x=-2y
\end{matrix}\right.$$

이제부터 우리가 푸는 연립방정식은 이게 되는 거죠.

그럼 우리가 궁금해하는 도형은 이 두개가 되는 겁니다.

 

 

근데 여기까지도 사실 문제 없어요. (왜죠?)

 

그렇습니다. 데스모스 그림에서 빨강과 파랑의 교점을 구하든(처음식), 빨강과 초록의 교점을 구하든 같잖아요.

 

그럼 어디서 이상한 일이 발생할까요?

 

사실 풀이를 다시 되새겨보면

 

$$\left\{\begin{matrix}
x^2+y^2=4 \\x=-2y
\end{matrix}\right.$$

우리가 푼건 이것도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혹은 이 연립방정식도 제대로 못 풀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왜죠?

이유를 따져보자면,

우리는 '1차식=0, 2차식=0' 을 풀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열심히 배우고 익혔잖아요?

근데 아마 거기에 격언처럼, 혹은 레시피처럼 적혀있었을 거에요.

"1차식과 2차식이 나오는 연립방정식은

1차식을 2차식에 대입하여 풀고,

풀어서 나온 미지수를 1차식에 대입해서 구한다."

 

마지막 줄에 "미지수를 1차식에 다시 대입"하는 일. 왜 1차식에 대입해야 하는 거였을까요?

2차식에 대입하면 안될까요?

네, 안됩니다.

우리의 처음 풀이를 다시 생각해보세요. $x=-2y$를 어디에 대입하나요?

 

그렇습니다. $x^2+y^2=4$에 대입하지요. 이차식에 대입했습니다. (여기까진 정석입니다. 일차식을 이차식에 대입한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무엇이였죠?

$$y=\pm \frac{2}{\sqrt{5}}$$

얘가 알려주는 건 뭘까요?

그렇습니다. "빨강과 초록의 교점의 y좌표는 $\frac{2}{\sqrt{5}}$ 거나, $-\frac{2}{\sqrt{5}}$이다."

 

그럼 이렇게 교점의 y좌표만 아는 상태에서, x좌표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직선에 넣어야 점이 올바르게 구해져요. (나온 결과를 1차식에 넣어야 합니다.)

하지만 원의 방정식'교점의 y좌표'만 넣는다면? (나온 결과를 2차식에 넣는다면?)

 

그렇죠 아래 그림처럼 의미없는 점들의 좌표가 나옵니다.

올바른 점을 보라색, 의미없는 점을 주황색이라고 표시했습니다.

 

왜 2차식에 넣으면 이런 의미없는 일이 발생하는 지는 스스로 생각해보길 바랄게요.

해보지 않고도 반드시 그랬어야만 했다라는 어떤 일반적인 원칙은 이경우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연립방정식의 각 부분(일차식과 이차식) 생김새를 잘 보고 왜 이런일이 발생하는지 생각해보세요.

 

아무튼 그래서, 우리가 계산했던 답 네 가지 중 저 주황색 녀석들은

다시 빨강과 파랑의 이야기로 돌아와도

'공통이 아닌 근으로 남게 되는 것이죠.'

 

 

되었을까요? ㅎㅎ

 

 

사실 시원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아마 교육과정 개발진도 고1에서 빼버린것 같아요.

 

열심히 생각해보시고 질문 남겨주세요.

(열심히 생각해본다는 가정 하에) 두 가지 의문정도가 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1. 왜 1차식에 넣을땐 괜찮은데 2차식에 넣으면 이상한 일이 생길까?

- 이건 방정식의 생김새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므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 부분을 잘 따져보면 될 것 같습니다.

 

2. 살면서 수학 문제들을 풀 때 이렇게 (본인 생각에) 맞는말들만 골라서

쭉쭉 풀었을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왜 이렇게 이상한 일이 발생했을까?

[혹은, "나는 맞는 일만 한것 같은데, 왜 답이 이상해졌을까?"]

-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우선 p->q 꼴의 명제와 q->p 꼴의 명제가 다르다는 것,

충분조건, 필요조건, 필요충분조건이 무슨 뜻인지 알고 생각하는 게 편합니다.

 

즉, 현재 고등수학 4단원인 '집합과 명제' 단원을 익히고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지요.

 

거기까지도 익혔고, 여전히 궁금하다면

(역시 2015 수학 교육과정에는 사라져있는) '분수 방정식과 무리 방정식의 무연근' 글 시리즈(시리즈 첫 글 링크)들을 읽어보면 조금 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아래 이 링크의 아래 이 사진 부분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분수방정식과 무연근, 정석의 오류

 

분수방정식과 무연근, 정석의 오류

전에 방정식의 원론적 의미, 방정식의 해의 원론적 의미, 방정식의 해를 찾는법 방정식을 함수로 해석하는 방법 무리방정식에서 무연근이 발생하는 원리 까지 설명하고 분수방정식에서 무연근

hbjgg.tistory.com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