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의 수학의 기초에 대한 강의>는 독일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수학 철학에 대해서 논한 강의를 엮은 책인데,

그 책에서 이러한 말이 나옵니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는 어떤 사람이 어떤 사실은 '안다'라고 할 때, 무엇을 가지고 안다라고 이야기 하는가?


철학적인 질문이지만 다음 예시를 보면 이해가 갈 듯 합니다



김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고 해봅시다.

김 선생님은 커다란 컴퍼스를 가지고 칠판위에 분필로 원을 동그랗게 그린 후

이것이 원이다

라고 했다고 해봅시다


학생들은 원이란 것을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알고있는 원이란 것은 무엇일까요?


학생들이 본 장면은


김 선생님이 커다란 컴퍼스를 가지고 칠판 위에 분필로 동그랗게 무언가를 그린 후

'이것이 원이다'라고 이야기 했다는 점입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철수는 김 선생님이 분필이 아니라 연필로, 칠판이 아니라 종이 위에 원을 그렸다면

그것이 원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민수는, 김선생님이 아니라 이선생님이 칠판위에 원을 그린다면

그것은 원이 아니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인수는, 컴퍼스가 아니라 모양 있는 자에 있는 동그라미를 따라 그린 원을

원이 아니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영희만이 김 선생님이 하고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완전히 똥그란 어떠한 도형, 즉 수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한 정점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이 모여 이루는 도형'을 원이라고 인식할지도 모르죠.








이러한 이야기는 누군가를 가르칠 때 항상 명심해두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과학 전집과 같은 과학책에 있는 달 사진을 보면서

'이것이 달이야'라고 배운 아이는

실제로 달을 봤을 때 달이라고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지요



또 한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일을 떠났다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방문을 엽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하루하루 비슷한 날들의 연속이고

특별한 일이 있더라도 다른 곳에서 묵지 않는 한

방을 나섰다가 저녁이 되어 방으로 돌아오는 것은 비슷비슷하겠지요.


그렇지만 다시 철학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어제 들어온 내 방과

오늘 들어온 내 방을


모두다 그냥 '내 방'이라고,

같은 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분명히 지구가 자전하였기 때문으로

내 방의 위치는 어느정도 옮겨져 있을 겁니다.

지구가 자전만 하나요?


지구는 태양 둘레를 도는 공전을 하며

태양 역시 은하축을 따라 공전하기 때문에 태양계 자체가 빙글빙글 돕니다

딱 '내 방'이라는 위치는 없다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제 들어온 내 방과

오늘 들어온 내 방은 공간상으로는 절대 같을 수 없습니다


공간상으로만 같을 수 없을까요?

어제 있던 물건들은 오늘 있는 물건들과 다릅니다

내가 큰 맘 먹고 대청소를 하고 인테리어를 바꿔놓았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내 방의 구성은 분명히 달라져있겠지요


그렇지만 다시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내 방'은 언제나 '내 방'이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두번째 이야기지요.




세번쨰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공을 위로 수직하게 던지면, 아래로 다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공만 그럴까요?

지우개를 위로 던져도 다시 떨어지고

연필을 위로 던져도 다시 떨어집니다


내방에서만 그럴까요?

운동장에서 던져도 다시 떨어지고

욕실 안에서 던져도 다시 떨어집니다

달 위에서 던져도 다시 떨어집니다


이렇게 여러 곳에서 모두모두 적용되는 이야기들을 할 때에는

사람들은 일반화해서 말하길 좋아합니다

누구든지 이렇게 말하고싶어하는 사람은 없겠죠

'공을 위로 던져도 떨어지고 지우개를 위로 던져도 떨어지고 시계를 위로 던져도 떨어지고 쥐를 위로 던져도 떨어지고 마우스를 위로 던져도 떨어지고 공책을 위로 던져도 떨어지고 연필을 위로 던져도 떨어지고 내 방에서 던져도 떨어지고 욕실에서 던져도 떨어지고 눈을 감고 던져도 떨어지고 사람이 던져도 떨어지고 원숭이가 던져도 떨어지고 오후에 던져도 떨어지고 오전에 던져도 떨어지고 점심에 던져도 떨어지고 밥을 먹고 던져도 떨어지고 밥을 안먹고 던져도 떨어지고......'


그냥 공통점을 찾아서 일반화해버리길 좋아합니다

'어떤 물건을 위로 던지면, 다시 떨어진다.'


만약에 우주에 나가서 중력이 매우 약한 공간에서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더 정확히 말하기 위해서

이렇게 말해야겠지요

'중력이 있는 곳이라면, 어떤 물건을 위로 던지면 다시 떨어진다.'







이 이야기들은 무언가를 가르칠 때 분명히 알고있어야 하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교과서와 정석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같은 원이라고 해도

칠판에 그린 원, 김선생님이 그린 원, 컴퍼스로 그린 원, 연필로 그린 원, 모양있는 자를 통해 그린 원


모두가 다른 원입니다.

그렇지만 모두 같은 원이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수학적으로 '정의' 해야 합니다.


게다가 더해서,

수학이란 학문은 맨 처음 현실 세계의 것들로 시작하지만

어느 단계에 이르러서는 인간이 새롭게 창조해낸 틀 안에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는 원을 정의하는 것보다도 더 엄밀하게

정의를 내려야겠지요


엄밀하게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는

그 정의를 수학적으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수학'이란 학문에 대한 예의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떠한 이야기도 풀어나갈 수 없기 때문이죠.


수학적으로 정의를 한다면

일반화는 그냥 뒤따라오는 이야기지요


그냥 미지수로 나타낸다면 어떤 숫자든지 된다는 소리로 나타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보다 엄밀하게, 더 정확하게, 햇갈리지 않게끔 딱 정의내려야 한다.


정의는 수학적으로 정의내려야 한다.


그 때,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 '중력이 있는 곳이라면'와 같은 조건을 반드시 달아준다.








위와 같은 조건을 가지고

교과서든 정석이든 수학적인 이야기들을 하게됩니다.




앞서의 세가지 이야기를 본 사람이라면

이렇게 정의내리고 엄밀하게 이야기해야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을겁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점 때문에

교과서와 정석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리고 간과하는 점이 하나 있어,

어려운 것이 더더욱 어려워지고말지요.



근본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어려운 점부터 짚고 넘어가죠






엄밀해야하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기호를 사용해서 정확히 정의내려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처음 보는 사람이 곧장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앞서 김선생님이 원을 설명하는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이번에는 김 선생님이 원을 그리지 않고


엄밀하게 하기 위해서


'원이란, 평면 위에서 한 정점을 기준으로 하여 모두 같은 거리상에 존재하고 있는 점의 자취를 이른다.'


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떤 학생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수학적으로 알고 있는 학생이라 해도

원이란 이미지와 매치시키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존재해야 하며,

정석을 풀이해주는 강의가 있어야 하며,

수학이 뭔지 알려주는 인터넷 강의가 있어야 하며

수학문제를 푸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엄밀해야 하기 때문에, 와닿지 않습니다.



더더욱


엄밀해야하기 때문에, 딱딱해지며, 딱딱해야 하기 때문에 본질과는 멀어질 수 있습니다.




뭔가를 정의내려야 한다는 사실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 딱딱한 이야기를 가지고

'그 의미를 캐치해내는 사람'이 수학을 잘하게 될 것이며

그 의미를 캐치해내기 '어렵기 때문에' 학원에서 배워오는 학생 역시

수학을 잘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이 성행합니다




엄밀해야 하기 때문에 정의내려야 하고,

정의내리는 데 치중한 나머지 의미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그 정의에서 의미를 캐치해내는 것을 학생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의무로 여깁니다.

그렇지만 딱딱한 말에서 그 의미를 얻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그것을 쉽게 해주는 역할이 바로 학원입니다

학원에서 쉽게 배워오면 학생도 쉬워지고,

이미 배워왔기 떄문에 학교 선생님 설명은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학교 선생님은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학원선생님보다 '평균적으로' 못 가르치며

정의가 아닌 '공식'을 이야기하는 데 그칠 뿐입니다.


정의와 공식은 다릅니다

정의는 정석이로되

공식은 정석이 아닙니다.

오직 책 <수학의 정석>만이 공식을 정석이라 이야기합니다.

그건 자기 책 타이틀일 뿐입니다.

제가 만약 수학책 <수학의 대명제>를 출간한다면

공식 제목을 대명제 1, 대명제 2 라고 이름붙일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그러하기 때문에

엄밀한 정의를 보고 바로 무슨 의민지 아는 사람은




이미 그러한 쪽으로 훈련이 많이 된 사람에 틀림없습니다

사고의 방향이 그런 쪽으로 바뀐것이지요


그런 사람들을 보고 사람들은 '수학을 잘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이는 운일 뿐입니다.

수학을 접하면서 이렇게 사고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그렇게 사고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고,

그 터득하는 방법은 '누군가 가르쳐주는 가운데서 터득하게 됩니다.'


그것이 학교 선생님이든

학원 선생님이든

아니면 선대 수학자가 쓴 책이든

어떤 것이든 그렇지요




진짜 수학 천재들은 접해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수학까지야 뭐 천재소리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 사고의 방향을 아느냐, 모르느냐

그러니까 다시말해서


그 딱딱한 수학적 언어를

자기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입니다.


그 외에 문제풀이에 필요한 사고력은 둘째치구요




그렇기 때문에 관건이됩니다



엄밀해야하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정의내린 것을


자신이 보고 자기 말로 해석할 수 있느냐


그것이 기본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며

그 도움을 주는 사람이 학교 선생님, 혹은 학원 선생님입니다


학원 선생님 가운데에서도 그냥 가르쳐주기만 하면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요


다르게 말하자면, 그 해석이 어려운 이유는

해석하는 방법은 교과서에 실려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렇죠?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앞서 말한 조건,


'중력이 있는 곳에 한해서'


와 같은 이야기들은


교과서가 해주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고등학교 과정을 넘어가기 때문이죠




납득할 정도는 되게끔 이끌어주어야하는데


'이것은 고등학교 과정을 넘어가므로 생략한다.'

로 귀결됩니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외울수밖에 없고

그것은 다시 '공식=정석'으로 귀결됩니다.


아주 이상하지요



'중력이 있는 곳에 한해서,'

란 말이 있다면


왜 그 말이 들어가있는지 설명을 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중력이 있는 곳에 한해서'가 왜 들어가있는지는 모두가 알겠지만

그것이 수학적 사실에 관해서라면 어떨까요?


쉽게 대답하지 못하겠지요



그것은 수학적인 혼란을 가중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며

자신의 생각에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냥 외우기만 하면 외운 것을 잊어버렸을때 자신감을 떨어뜨리게 하며,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한 확신을 떨어뜨립니다.

그것은 '수학 불안'을 가져오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고 말지요.









정신 없는 가운데 쓴 글이라 두서가 없군요.

개요를 쓰지 않는 것은 제 고질병이기도 합니다 ㅠㅠ


아무튼, 정리하자면


수학이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교과서나 정석을 쓰는 사람들처럼, 여러분도 엄밀해져야 하는 것은

수학이란 엄밀한 과목을 하는 데 있어서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고등학교 수학까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아는 사람들에겐 쉬워진다는 것이죠

[이 방법이 무슨 왕도가 있다, 할 때의 그 방법론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어려운 것만 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려운 것만 정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쉽게 설명하면 그것을 야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지요. 타당하지 않은 점이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에요.


교과서나 정석은 자신의 임무에만 충실하기 때문에

'엄밀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정의내리기'에만 치중하고, 그것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공부하고 싶다면

선생님이 한명씩 붙어야 하고

그 선생님이 올바르게 가르쳐준다면 여러분은 성공

문제풀이만 시키거나 공식만 외우게한다면 여러분은 실패


선생님의 자질에 따라 여러분의 성공과 실패가 갈리게 되지요

아이러니하지요?


게다가, 고등학교 수학을 가르치면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이건 고등학교 수준으론 이야기할 수 없으니 그냥 받아들이고 넘어가기로 한다.'

에만 그칩니다


꼭 받아들이고 넘어가지 않더라도

그 의미는 이야기해줄 수 있을것입니다.

그렇지만 책은 항상 엄밀해야하고 틀린부분이 있어서는 안되기에

가장 필요한 부분만 딱 적고 끝내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을 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워집니다.

어떤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 '정확히 표현한 말'인 정의에 책이나 교과서나 선생님이나 여러분 모두 '치중'합니다.



교과서에 차근차근

설명이


예컨대 제 중학수학강의와 같은 설명이 곁들여있다면 [이것은 너무 자세하긴 합니다]

그래도 어려울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