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과외를 하면서 중1짜리 진도를 나가다가 흥미로운 것이 있어 글 한번 올려봅니다. 다들 읽어보시고 의견 남겨주시길


그게 뭐냐면 문제 하나입니다. 소개해보죠.


'승찬이네 반 학생들을 3명씩 묶으면 2명이 남고, 4명씩 묶으면 3명이 남으며, 마지막으로 5명씩 묶으면 4명이 남는다. 이 때 승찬이네 학교는 각 반마다 학생들이 40명에서 60명 사이라고 한다면, 승찬이네 반 학생들은 총 몇명인가?'


실제 문제와는 약간 다르지만, 숫자나 이름이야 뭐 그게 그거니까 기억나는대로 재구성해봤습니다.


이 문제는 어른들, 혹은 뭐 고등학생들이 보기엔 참 쉬운 문제입니다. 너무 뻔하니까요. 그럼 어떻게 푸는걸까요?


이건 한 시중 문제집의 '서술형 문제 풀이' 구성 부분에 있던 문제인데, 그래서 해설도 서술형으로 자세히 되어있었습니다. 그곳에 제시된 푸는 방법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1.

3명씩 묶어서 2명이 남는다 -> 3명씩 묶으면 1명이 모자라다 -> 반 학생수 = (3의 배수)-1

4명씩 묶어서 3명이 남는다 -> 4명씩 묶으면 1명이 모자라다 -> 반 학생수 = (4의 배수)-1

5명씩 묶어서 4명이 남는다 -> 5명씩 묶으면 1명이 모자라다 -> 반 학생수 = (5의 배수)-1


# 2.

위 세가지를 모두 만족해야 하므로 반 학생수 = (3,4,5의 공배수)-1


# 3.

3,4,5의 최소공배수는 60이므로, 될 수 있는 수는 59.


# 결론.

따라서 답은 59명이다.


매우 명료합니다. 흠 잡을 곳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문제만 보고서 #1, #2, #3 중 하나라도 생각해내지 못하면 이 문제를 풀지 못합니다.


- 사실은 문제를 보자마자 '아 이거 이때나오는거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저도 풀었고, 되게 독특하고, 그 때 저에게 참 난해했던 고난도의 문제여서 기억에 남았으니까요. 특히 # 1번과정이 독특합니다.(독특하니 어렵습니다.) 남는걸 역으로 모자라다라고 생각해서 (배수)-1로 통일시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초등학생*에겐 참 어려운 발상인 것 같습니다.


#1 의 과정이 가장 어려운듯 하니 여기에 주목해보죠.


- 그런데 기억을 더 더듬어보니 참 이상합니다. 여태까지 저런 문제중에 (배수)+1 로 통일되어 있던 문제를 본적이 없습니다.

공배수 문제라하면 뭐 버스가 10분 20분간격으로 오는데 언제 겹치게 올거냐? 와 같이 (10의 배수), (20의 배수)를 동시에 만족하는 꼴은 봤어도

(~의 배수)+1, (~의 배수)+1, (~의 배수)+1 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문제는 생각이 안납니다.


되게 이상하죠? 상식적으로 (배수)-1로 바꾼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하는' 문제보다 (배수)+1로 주어진 문제가 훨씬 쉬울텐데요. 왜 문제들은 다 저런 꼴로만 나타날까요?


- 사실 제 과외생은 초등학교 5학년인데 선행학습을 하는 친구라 나름 고난도에 속하는 이 문제를 바로 풀지 못했습니다. (실은, 이 문제가 예제 문제로 주어져 있어서 해설을 읽으면서 어줍잖게 따라하는 시늉을 내길래 제가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하지 못했어요)


- 그럼 학창시절의 저는 어떻게 풀었던 걸까요? 사실 혼자 힘으로 풀었었는지 아니었는지 기억도 잘 안납니다만, 만약에 풀었었다면 필시 이렇게 풀었으리라 생각합니다.


'3으로 묶으면 2가 남고, 4로 묶으면 3이 남고, 5로 묶으면 4가 남아??

흠.. 이상하게 다 1씩 차이나네?'


해서 저는 차이 1에 주목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에 맞는 이미지를 떠올렸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사과나 배 따위를 3개씩, 혹은 4개씩 묶는 그림을 떠올리고는, 2와 3, 그리고 4가 각각 3,4,5에 비해 하나씩 모자란다는 그림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동그라미 3칸짜리 꾸러미에 하나만 점선으로 '없음'을 상징하는 그 그림이 떠올랐을 겁니다.)


그럼 거기서 조금 더 생각해서, 3개씩 묶은거니까 3의 배수를 떠올리고는 최종적으로 (배수)-1로 통일시켰겠죠.


그리고는 뛸듯이 기뻐합니다.

왜냐면, 조금 더 살펴보니 (3의배수)-1과 (4의배수)-1 을 동시에 만족하려면, (3과 4의 공통된 배수)를 가지고 1을 빼버리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 다음은 시원시원하게 풀었을겁니다.

**(다른 접근도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추신으로 달아보겠습니다.)


- 제 과외생은 못풀었는데, 저는 풀었습니다. 사실 어떠한 논리에 의해서 풀었다기보다는 문제 내의 어떤 특징을 주목했기 때문에 풀 수 있었습니다. 혹은 그걸 보다보니 어떤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그럼 이 문제는 어떤 영감을 받은 사람만 풀 수 있는 문제인 걸까요?

초등학교 수학의 목표는 보자마자 풀 수 있는 친구들, 혹은 도전정신을 가지고 뚫어져라 탐색할 수 있는 친구들을 양성(혹은 발굴)하기 위함일까요?


- 저라면 이 문제를 이런식으로 도입하지 않겠습니다. 배수, 공배수, 최소공배수 개념을 방금 배운 애들한테 이 문제를 바로 던지지 않겠어요.


이런 순서의 문제들로 제시할 겁니다.

가장 (&1)처음으로 제시할 문제는 당연히 버스문제겠죠. 


버스는 단순히 (*의 배수)들을 만족하기만 하면 되니 거기서 공배수 개념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 다음에 낼 문제 (&2)는 이겁니다.


'승찬이는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빼빼로를 만들었다. 이 빼빼로를 3개씩 묶어 포장하면 1개가 남고, 4개씩 묶어 포장하면 역시 1개가 남는다. 5개씩 묶어서 포장해봐도 1개가 남았다. 그럼 도대체 승찬이는 빼빼로를 몇개 만들었을까?'


이 문제는 처음 문제와 매우 유사합니다. 그러나 #1 과정, 그 중에서도 (배수)-1 로 '바꿔야된다'라는 과정이 빠졌습니다.


이걸 풀려면 이렇게 풀면 됩니다.


(3의 배수)+1

(4의 배수)+1

(5의 배수)+1 이어야 합니다.


그럼 (3과 4의 공배수)+1은 어떨까요?

(3의 배수)+1이기도 하고, (4의 배수)+1이기도 하네요


놀랍습니다!

이 것을 깨닫게되면 #2,#3 을 거쳐서 풀어내면 됩니다.

답은 61개입니다.


문제가 똑같은 문젠데 이걸 왜 굳이 앞에 내냐구요?

사실, 처음 개념을 접한 친구들(애송이들이죠)은


(*의 배수) 문제와

(*의 배수)+1 문제를 굉장히 다르다고 인식할겁니다.


버스문제와 생긴것부터 다르잖아요.

그러나 &2를 통해서, 배수들에 똑같이 +1을 한 숫자라면,

애초에 공배수를 구해서 +1을 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직접 3의배수+1, 4의배수+1을 칠판에 써가면서 가르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그럼 이제 (*의 배수)에게 같은 행위를 가한다면(+1을 똑같이 한다든지.. 등등) 공배수를 먼저 구해놓으면 된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


그러나 여기서 끝은 아니고 &3 문제가 필요합니다.


문제라기 보다는 환기죠.


'승찬이는 사탕도 만들었는데, 이 사탕은 3개씩 묶어 포장하면 1개가 남고, 5개씩 묶어 포장하면 2개가 남는다. 사탕은 몇개일까?'


이건 풀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2번 문제와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기 위한 문제입니다.


사탕의 개수는

(3의 배수)+1

(5의 배수)+2 

이어야 하는데, 뒤에 숫자가 다르므로 아까처럼 공배수를 가지고 할 수는 없어요.

공배수를 구해봤자 +1이나 +2 둘중에 하나밖에 할 수 없을테니까요.


[물론 제일 작은 자연수 답은 7로 존재합니다.]


-


이제서야 학생들은 저 문제를 풀 사전 지식들을 갖추었습니다.


(*의 배수)+1, (*의 배수)-1 등과 같이 통일된 모양에서는 공배수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러므로 본 문제에 들어가면 이렇게 생각하겠죠.


***'흠... (3의 배수)+2, (4의 배수)+3, (5의 배수)+4네..

아니 뒤에 숫자가 다 똑같으면 좋은데 다 달라서 문제네 슈벌..


이걸 어쩐다... (끄적끄적)

아니? 잠깐만. 이건 남는게 아니라 모자라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왜 그렇게 생각해야 하냐고? 그럼 -1로 통일시킬 수 있으니깐!

이럼 풀수 있겠지 껄껄'


이렇게 풀 수 있겠죠.


-


말이 길었는데, 결국 제 주장은 이겁니다.

공배수 조금 배운 녀석들한테 바로 (익힘책이든 뭐든) 저런 문제를 떤져놓을 게 아니라,


저 문제를 풀기 전에는 그걸 풀 역량을 갖추게 하는 사전 문제들을 구비해 놔야한다는 겁니다. 그것을 직접 풀면서 느끼게 하든, 교사가 직접 가르치든 그건 더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겠죠.


-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현 상황에서는, 학창시절의 저와 같이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보자마자 풀 수 있는 학생들만 풀 수 있습니다.

그리고 푼 다음에, 그 문제를 이해합니다. (목적이 있어 -1모양으로 통일시킨 것이 아니라, 해보니까 그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2. 나머지 학생들은 포기합니다.


3. 포기할수조차 없는 학생들은 풀이를 외우게 됩니다. 그들의 어깨에는 부모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지어준 부담의 무게가 있으니까요.


2번 3번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머지않아 때려치거나, 저득점을 받게 된다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소수의 엘리트만을 위한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 문제를 풀지 못하더라도, 교사나 다른 이의 설명을 들어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걸 이해시키려면 &1,&2,&3과 같은 방식으로 체계화시켜서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면 뭐하러 저걸 먼저 제시하지 않고 아껴놨다가, 못 푼 다음에야 설명해주나요?


- 현 방식에 비해 &1,&2,&3 등을 체계적으로 사전에 제시하는 방식은 무언가 수학에 대해 오히려 흥미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


왜냐면, 실제로 '학생 수 문제'를 풀고나면 콕 집어 말하기 힘든 희열과 스릴을 느끼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서, 저처럼 우연히 -1꼴로 만든다음에 그 의미를 확인한 학생들은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되겠죠.


요새말로 지린다는 겁니다.


그에 반해, 차근차근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경이로움을 덜 느끼게 될 것입니다.


저도 사실 어떤 방식이 그 학생의 '수학에 대한 흥미도, 도전 정신'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키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만,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학생들'까지 챙겨가는 방식이 제가 제시한 방식임은 확신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소수의 열정보다야, 대다수를 생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교육이 아닐까합니다. 더욱이 모든 학생들이 다 받는 보통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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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지금은 중1 부분하면서 가르쳤는데, 왠지 제 기억은 초등학생때 저 문제를 풀었던 것 같습니다.


** 사실 여기서 말한 다른 접근방법이란게 이후에 ***에서 나올 그 풀이방법과 똑같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1을 우연히, 또는 어떤 영감에 의해 만든 학생, 

혹은 처음부터 +2,+3,+4가 다르다는 것을 주목하고, 그 숫자들이 똑같았으면 좋았겠다란 생각을 하고, 만약에 그랬다면(똑같았다면) 어떻게 될까를 예측해보고, 나아가 하나로 통일시킬 수 있는 학생만이 이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보통 학생들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ps1. 이 문제는 중1 한정 문제이지만, 이런 문제들이 수학공부를 하면서 너무나 많이 주어집니다. 고난도,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을 현혹시키지만, 

제가 봤을 때는 학생들이 그 문제를 풀기에 필요한 이전 과제들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문제를 접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많을겁니다. 


저 문제에서만 생각해봐도,

학창 시절의 저처럼 문제를 보면서 그림을 떠올릴 수 있으면 더 수월할 것입니다.

혹은, 정 못풀겠다 싶으면 3의배수, 4의배수를 직접 숫자를 써가면서 풀어보는 친구들도 있겠죠.


그러나 이런 도전 정신을 가진 친구들의 수는 매우 적습니다.

뿐만 아니라 점점 적어집니다.


뭐, 선행 사교육을 받게되면 직접 수를 써가며 공부하는 그런 과정을 건너뛰게 되니 이런 생각을 실제로 할수조차 없어질수도 있겠고 요인은 참 많겠죠.


그러나 설령 문제점들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외부 요인이라 하더라도, 학생들의 원활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전에 문제를 (혹은 설명을) 제시하는(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건 변함없어 보입니다.


ps2. 음.. 길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못적은것 같은데, 다시 적어보겠습니다.


복합적인 개념을 묻는다던지,


생소한 아이디어를 묻는 문제를 등장시켜야 할 경우

그를 위한 사전 준비 단계를 착실히 거치게 해야합니다.

여기서의 키워드는 '체계적으로' 거치게 시켜야한다. 입니다.


소수의 학생들만이 깨달을 수 있는 지금의 방식이 아니라,

그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들을

명시하기, 알려주기 등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짚고 넘어갈 수 있게 도와줘야합니다.



한마디로 더 줄이자면 '수학 교육에 있어서 지금보다 더 체계화된 방식이 필요합니다.'



ps3. 사교육을 받더라도 이런 체계적 방식이 필요한 건 당연해보입니다.

그러므로 교사든, 강사든, 문제집이든, 자신의 강점을 얘기할 때 어떤 학생들을 몇점을 올렸다느니, 어디에 입학시켰다느니, 이런 식으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


자기는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들이 당연히 이해하기 쉬울것. 그러므로 다른 강사(문제집)들과 차별성이 있을 것. 임을 광고해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인 학생, 학부모들도 그것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판매자인 강사(문제집)들도 그런 것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시절이 왔으면 합니다.


ps4. 혹시 여기까지 읽으신 학부모님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자녀분들이 이 문제를 시원시원하게 푸는 학생들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실텐데요.


사실, 사교육을 받으면 보통 선행을 시키게 될텐데 그렇게 되면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있을 때


'그림을 그린다던지, 숫자를 쓰게 한다던지'


학생이 직접 무언가를 하는 '활동을 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그런 과정들이 반드시 선행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쉬운 문제들을 푼다던지, 개념을 공부할때라던지, 직접


숫자들을 써보면서 공배수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림을 그려가면서 문제에 제시된 바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영감이 생길 수 있고, 그래야만 차근차근 공부할 활력이 생깁니다.


혹시 사교육을 시킬거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사교육을 그래도 시켜야 한다면, 위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교육은 아닌지 살펴보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녀들을 다그치지마십시오.

자녀들을 빨리빨리 하도록 다그치거나, 무조건 맞게 다그치는 것은 영감을 주는 행위가 아니라 뺏어가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움츠러든 학생들은 어쨋든 성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에


문제를 이해하거나 도전하기보다, 문제 풀이 자체를 외우게 되고, 그럼 악순환이 끝없이 반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