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엇이 토픽입니까?


제가 말하는 토픽이란 이야기 하고 싶은 그것을 뜻합니다. 중1짜리 수학문제집의 부채꼴의 넓이 구하기 개념 설명 부분이죠.

#1-1. 어디서 나옵니까?

사진을 참조하세요. 문제집으로 중1 과외를 하다가 만난 부분입니다. 대개의 문제집이 그렇듯이 이 문제집 역시 총괄적으로 개념 설명을 하고 뒷부분에서 여러 유형을 다루게 하고 있죠.

그러한 개념 설명 부분입니다.

#1-2. 어떤 내용입니까?

부채꼴의 넓이를 구하는 방법을 중심각을 알 때와 모를 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들 공부하면서 한번씩 봤을 듯 한데, 중심각을 알 때는 원 넓이에다가 (360도에 대한) 부채꼴 중심각의 비율을 곱해서 넓이를 구하게 되어있고,

중심각을 모를 때는 (반지름의 길이) X (호의 길이)를 2로 나눠서 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2. 뭐가 문제입니까?

우선 내용 안에서 생각해보면, 중심각을 모른다는 표현이 관건입니다. 저 표현이 우선 틀렸습니다.

그림 안에서 문제집이 이미 제시했듯이, 부채꼴의 호의 길이는 원주에 일정한 비율을 곱해서 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때 비율은 역시 360도에 대한 중심각의 비율입니다.

즉, 한 원과 그 일부인 부채꼴이 있을 때, 다시 말해 반지름의 길이와 호의 길이가 주어졌을 때는 다시 역으로 계산하여 그 부채꼴의 중심각의 크기를 구해낼 수 있습니다. 비록 그림 상에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하더라도요.

그러므로, 실제로는 중심각의 크기를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알아야만 부채꼴의 넓이를 구할 수 있습니다. 중심각의 크기를 알 단서가 하나도 없다면 부채꼴의 넓이는 구할수 없죠.

이 이야기는 공부를 좀 더 많이한 사람에게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문제집에서 위 아래로 제시한 두 개의 공식은 완전히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여전히 부채꼴 넓이 구하기의 본체는 원의 넓이에 중심각의 비율을 곱해 구한다는 것입니다.

#3. 그게 뭐가 문제입니까?

틀린, 혹은 틀릴 이야기를 전수해주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거로 공부하는 학생은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어요.
'아 내가 맞닥뜨릴 세상의 부채꼴들은 중심각을 아는것과 모르는것으로 나누어지겠구나.
알때는 이렇게 풀어야하고, 모를때는 이렇게 풀어야하나보다.'

이런 학생들에겐 다음의 두 가지가 결여됩니다.
1. 호의 길이와 반지름의 길이를 알면 중심각을 알 수 있다는 생각
- 애초에 중심각을 모를 때 저 두 가지를 이용하라고 되어 있는데, 반대로 저 두 가지가 있으면 중심각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2. 부채꼴의 넓이를 구하는 방법은 원의 넓이에 중심각의 비율을 곱하는 것이라는 명시적인 생각.

- 이것이 사실 더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다음 #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4. 왜 공부를 했는데도 바보가 됩니까?

- '(반지름의 길이) X (호의 길이)를 2로 나눈다.' 자체에는 중심각이 전혀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나는 분명히 부채꼴의 넓이는 중심각의 크기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배웠고, 그 사실을 이용해 부채꼴의 넓이를 구한다고 바로 위에서 배웠는데

갑자기 이상한 공식이 뚝 떨어졌습니다. 중심각을 몰라도 된다니요!

이때부터 이 학생에게 수학은 (오히려) 체감 난이도가 더 높아집니다. 누군가 증명해놓은 공식이 뚝 떨어졌고, 거기에는 내가 알던 개념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으니까요.

여기에 다다르면, 수학은 어떤 체계적인 과정이나 체계적인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학문이 아니라, 누가 더 많이 외우고 많이 아느냐하는 암기 대결 학문이 됩니다.

공부를 좀 더 많이한 우리가 봤을 때는 아랫 공식은 정말 별거 없습니다. 앞서 제가 말한대로 (반지름의 길이)와 (호의 길이)만 주어졌다 해도 중심각의 크기를 구해서 윗방법(비율 곱하는 방법)으로 풀 수 있지만, 그게 너무나 귀찮고 (호의 길이) 구하는 방법에 이미 중심각이 들어가므로 그 과정을 생략해버려도 된다는 것이 아랫 공식의 의미가 되겠죠.

결국은 귀찮은 과정을 생략해버린 공식일 뿐인겁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모르는 학생들에게 이 공식의 존재감은 우리의 것과 다릅니다.

그들에게는 문제집이, 학원선생님이 알려준 비술이며
이는 왜 그런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아주 유용하고,
멍청하게 원래 방법을 고수하고 있는 학생들을 (시간상에서) 이길 수 있는 비책(상위권)이거나 방금 뭔가를 겨우 배웠는데 다른 방법이랍시고 또 외워야만 하는 것(하위권)이 되어버립니다.

어떤 학생이든지 이런 (과정없는) 공부는 수학이 개념이나 공식간에 어떤 연관성도 없는 과목이란 인식을 갖게 하고

실제로 제대로 된 이해를 못하거나 고득점을 하기 어려워질 뿐더러,
그들에겐 수학이 비술이나 비책을 암기해서 자웅을 겨루는 멍청하고도 왜 하고 앉아있는지 모를 과목으로 전락할 뿐입니다.

#5. 그럼 어떻게 해야합니까?

방법에 대해선 이미 다 지적한것 같긴 하지만... 제가 지적하는 사실은 아랫 공식을 제시하지 말자! 가 아닙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아랫 공식은 중1한텐 필요없다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하거나, 아니면 그 것이 어떻게 유도되는 가 자체에서 수학적 의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가르쳐야겠지요.

그러나 '이 역시 중심각을 이용하는 과정이다'라는 소개가 없다면 이는 말짱 꽝이 될것이란 지적이었습니다.

유능한 과외 교사가 이 문제집으로 과외를 한다면, 사전에 이 항목을 훑어본다음에 교재를 재구성했어야겠죠.

실제로 뒤에는 (호의 길이)와 (반지름의 길이)만 제시되었을 때 중심각의 크기를 구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 문제를 제시한다든지, 아니면 직접 함께 중심각의 크기를 구해본다던지 해서 저 두가지만 제시되어있어도 중심각의 크기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야겠죠.

그리고 구한 중심각의 크기로 부채꼴의 넓이를 구한다음, 소개한 아랫공식으로 구한 값과 같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주어야 학생에겐 그 공식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6. 선생님이 잘하면 되겠네요.

항상 교재 구성이나 표현에 대한 지적을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학생이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중 하나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1.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
2. 좋은 학생이 된다.
3. 좋은 교재를 만난다.

그런데 1번 2번의 경우, 그 조건이 불만족한다면 구원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3번이 불만족할 경우, 교재가 개념이나 공식 등에 대해 틀린 혹은 불친절한 설명만을 제시할 경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를 얻기 위해 몇시간동안 앉아서 그 의미를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좋은 학생이 되거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교재를 어떻게 재구성할지 파악하고 그 과정을 적용시켜 자신만의 수업 방식을 만들 정도로 열정적인)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경험상으로는 저런 좋은 학생이나 저런 좋은 선생님은 거의 안 계시더라구요.

(저렇게 열정적인 선생님들은 보통 돈벌러 강사를 하고 계시기고 하구요)

#7. 그럼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에겐 무엇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까?

2번은 모르겠지만, 1번과 3번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http://hbjgg.tistory.com/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