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를 처음 안 건 교육철학 수업이였던 것 같고,

매 강마다 누구 vs 누구 구도로 철학자 글들을 읽고 편을 갈라 논쟁하는 수업이였는데 아마 프레이리랑 붙었던 것 같은데 긴가민가하다.

 

무슨 글을 읽었는지 무슨 내용이였는지 전혀 기억 안나지만 (ㅎㅎ)

그때까지 읽었던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예상될 만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이 사람은 뭔가 좀 독특했던 것 같다. (사실 이것도 진짜인지 가물가물함 ㅋㅋ)

 

아무튼 그랬고.. 독특해서 호기심이 생긴다고 하나? 아무튼 그랬고..

 

그 다음에는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알게 되어

(저 단어 자체는 나무위키에서 읽은 것 같은데.. 진짜 얘기되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고 싶었는데

 

그나저나 왜 대부분 인간들 이름(퍼스트 네임)은 빼먹고 말하면서 저사람은 한나라고 자꾸 불러주는 걸까?

여자라는 걸 강조하는 건가

 

한나 아렌트 제일 유명한 글은 인간의 조건이더라고

그래서 읽기로 했다

 

실은 읽게 된 동기는 더 있는데

 

<교육다운 교육>을 읽는데 (이건 페이스북에 학과 선배가 강추하는 글 올렸길래 호기심에 읽어봄)

계속 실존 얘기하고 하이데거 얘기하길래 (도대체 실존이 뭘까.. 아직도 모르겠다)

좀 찾아봤는데 하이데거 제자가 한나 아렌트더라고? (후설-하이데거-한나 아렌트 이 순서대로 제자랬다)

하이데거는 죽음에서 실존을 떠올렸으나 한나 아렌트는 죽음이 아닌 탄생성을 주목했다고도 하고(역시 위키.. ㅎㅎ)

그래서 인간의 조건 먼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은 둘 다 빌림)

 

그리고 한 가지 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이가 좀 됐는지 주위에 같이 직장인이 된 동창들이 꽤 있는데

만날때마다

"그래서 여가를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뭐야?"

라고 내가 질문하면

다들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대단히 즐겁거나 의미 있는 방법을 알지만 남한테 알려주지 않는 것인지)

그랬다

 

학교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매 시간마다 집에가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

그럼 '학교 끝나서 가면 뭐하는데?' 혹은 '집에 가서 하고싶은게 뭐야?' 라고 물어본다.

그럼 대답은 다 '학원가요..' 하고 '잠자는 거요..' 뿐이다.

(그런데도 이런저런 대중문화는 다 아는 걸 보면 역시 재미있고 의미있는 것들을 알지만 나한테는 안 알려주는 것 같다)

 

마치 뭔가 해야 하는 일(직장, 공부)에서 계속해서 탈출하고 싶으면서도

탈출하면 또 다시 홀로 남겨지는 듯한 그런 느낌을

나한테서도, 친구들한테서도, 학생들한테서도 받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한테 '더 열심히 일해라' 또는 '재미있는 여가를 찾아봐라'

라고 말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둘 다 일리 있는 말이니 반박할 거리는 없지만(거꾸로 하면 반박할 거리가 많다는 말도 맞다)

 

그런걸 좀 따져묻는 걸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인간의 조건을 읽고 싶었던 것 같기도하다.

인간처럼 살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이 뭐야?

혹은 어떻게 살아야 인간처럼 사는거야?

라고 질문하면서 열었는데

 

웬걸 계속 읽다보니

인간(이란 존재가 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의) 조건인 것 같다. 영어 제목도 Human Condition 이고

 

Human Life condition 이라고 해도 되나..?

조건이라고 하면 필요 조건이나 제약 조건을 떠올리게 되는데

둘 다 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마주하게 되는 조건 이라고 하면 제일 좋은 것 같고

 

그래서 이 사람이 하고 싶었던 일은

그 조건하에 살아가는 인간이

어떤 행위들을 하며 살아가게 되는가?

를 규명하는 일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은 무엇을 하고 사는가? 이다.

 

원래 글쓰기 버튼을 처음 눌렀을 때는 하루 읽은 부분 요약해야지 하고 썼는데

어쩌다보니 동기만 잔뜩 써버렸네

 

다음 번 읽을때 오늘 읽은 부분까지 요약해봐야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