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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이론, 인간은 왜 새로운 야만을 맞았나 - 대중 문화의 기만 혹은 해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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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 조금 아쉬운 점은

아도르노 얘기가 일견 이론적으로 펼쳐지는 데,

그 이론을 담고 있는 현상들이 함께 소개되었으면 좋을텐데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세상 많은 이야기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이야기나 글들은

이렇다 하면 이런 것 같고, 저렇다 하면 저런 것 같은데.. 

 

내가 팔랑귀라기 보다는 (사실 맞다)

한 세태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할 수 있고

또 관점의 문제를 떠나서 실제로도 다양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도르노가 말한 이성의 작용과 동일성 원리는

스스로에게도 적용되는 말이 된다.

무슨뜻?

이런 저런 특수성을 배제하고 일반화시켜서 말하는 게 합리성을 좇는 이성의 특성이라고 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말 (특히 어떤 일반화된 말)을 들을 때는

그렇게 생각하게 된 현상이나 사건 등을 같이 들음 좋을 것 같은데

아마 아도르노 본인 글에는 있을 것이다.

근데 이렇게 더 축약된 글로 옮겨지면서 현상들이 사라져서 설득력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

 

무슨 얘기나면..

읽는 족족 "아니 꼭 그렇지만은 않지 않아..?" 혹은 "그런 면이 있어도 사실 그래도 괜찮은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ㅋㅋ

그래서 끝까지 무슨 얘길 하나 싶어서 일단 책의 아도르노 부분 다 읽느라 글을 못썼었음.

이제 써봅시다.

 


 

앞서 내적 자연(인간 본성)에 대해 동일성 사고가 적용되는 방법이 문화산업을 통함이라고 언급했었다.

 

대중문화 얘기하다가 갑자기 명칭이 문화산업으로 바뀐 이유는 이것이다.

 

대중문화를 언급하면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혼재되어 있는데,

popular culture 와 mass culture 의 두 가지이다.

 

포퓰러 컬쳐(popular culture)는 대중의 힘, 대중의 픽 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즉 대중들이 (우리한텐 민중이 더 익숙할지도..) 원하는 바를, 원하는 형식으로 직접 만들어서 유행하는 문화를 말하고..

이는 뭐 부정적일 껀덕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도르노가 말하는 건 매스 컬쳐(mass culture)인데,

매스, 즉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이는 복제가 가능하게 된 산업화 시대부터 등장하는 개념이 된다.

매스 컬쳐 속 문화는 복제가 가능해 일반 대중도 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소위 복제가 가능해짐. 막 팔 수 있음. 상업성을 띄게 됨.

의 루트를 탔다는 건데..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좀 고급진 예술이란 것들은 보통 권력있고 재력좋은 양반들의 소유였다.

즉, 귀족들의 전유물이였다는 것이다.

예술가란 양반들이 일하는 방식은 보통 어떤 왕조나 귀족의 후원을 받아서

그 후원하에서 예술품들을 뿜뿜 뽑아내면 되었었다.

그럼 후원해주는 녀석들의 입김은 좀 있을지 몰라도 그 입김 안에서 예술가 자기들이 하고 싶은대로 뿜뿜 했으면 됐다.

 

그런데 산업화가 진행되고 예술품이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양상이 바뀌게 되었다.

예술가는 누군가의 후원으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예술품을 판매함으로써 먹고 살게 되었다.

요새 대중 예술인, 즉 연예인, 가수, 연기자, 영화감독 등등을 생각해보면 후원 받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요새는 후원해준다고 하면 거절당할지도 모른다.

전세계적인 판매가 가능해졌는데, 누구 한 명 한테 후원받을 필요가 무엇이 있을까?

후원의 입김을 받는 것도 싫고, 후원자 한 명이 주는 돈보다 전세계 사람들이 하나씩 사면서 벌리는 수익이 더 클지도 모른다.

 

그래서 예술품은 상품이 된다. (되고 만다와 같이 부정적인 표현을 쓸까 하다 말았다. 아도르노는 부정적으로 보는데..)

 

상품화된 예술과 문화 산업

 

예술품이 (복제되어) 팔리기 시작하면서 맞이한 변화 중 하나는

예술품의 가치가 예술성에서 교환 가치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작품 내부의 어떤 것들이 얘기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은 얼마나 냈는지, 국가 내 혹은 세계적으로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가 작품을 말해주는 가치가 된다.

 

그냥 말뿐인 가치가 아니라 실제로 그걸 고민하게 된다.

왜냐면 후원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는 것이 아니라

팔린 만큼 수익이 되는 예술가와 그를 둘러싼 업계인들 입장에서는

 

많이 팔아 살아남는 것 (나아가 부자가 되는 것)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A란 예술가 한 명이 그런건 천박하다고 관심 없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업계 전체가 점차 산업화되면서 그 물결에 편승하지 않으면 본인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될 테니 말이다.

 

요새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문화 업계가 그렇다.

기업 단위의 투자처가 있고, 역시 기업 단위의 매니지먼트 회사 혹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있으며

이들은 예술을 제작하기 위한 돈, 재료, 제작 도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언론 등을 위한 대중 홍보, 업계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고용 계약 전담 등등 방대한 분야의 많은 것들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문화는 하나의 산업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미 많은 문화가 이미 산업이 되었고)

 

그럼 양질의 제품이 효율적으로 뿜뿜 뿜어져 나올텐데 뭐가 문제냐?

에 반해 아도르노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아도르노는 산업화되면서 나타나는,

문화 산업의 특징 두 가지를 제시하는데

 

표준화와 사이비 개성화라고 이름붙였다.

 

표준화부터 보자.

 

표준화(와 그를 위한 도식화)

 

쉽게 말해 많은 대중 예술 작품들이 '성공 공식'을 따른다는 말이다.

2000년대 초반 어린 시절부터 봐온 막장 드라마는 20년 내내 한결같이 그놈이 그놈이다.

불륜이 일어나고, 사실 저 사람이 저 사람 아들(딸)이고, 사실 저기랑 저긴 아는 사이고..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안 보던 드라마도 하루 정도 보면서 인간 관계를 파악하고 나면 대략적인 스토리 진행이 모조리 예상이 된다.

 

영화도 대개 그렇다.

추리형사물의 공식, 스릴러물의 공식, SF 영화의 공식, 로맨스 영화의 공식, 액션 영화의 공식

영화를 장르별로 몇 작품만 봤다면 다 어떤 느낌인지 예상이 되리라 생각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나는 잘 모르지만 애초에 구성별로 (이름까지) 나뉘어져있어서 

어디는 코러스, 브릿지, 후크 등등등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별로의 멜로디, 리듬, 비트, 반주 등은 시기별로 다를 순 있지만

그래도 대략적으로 예상이 간다.

 

이것이 표준화이다.

어떤 표준을 예술 작품들이 따르고 있으며(표준화),

그 표준들은 누군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발견해낸 공식(도식)을 따르는 형태로 진화한다.(도식화)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두 가지 정도 있겠다.

하나는 표준화된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

사람들이 식상하다 식상하다 해도

공식에서 벗어나서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다른 노선을 타게 된다면

대중은 이를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대중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고

이들 각각의 특수한 흥미를 채울 순 없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준비한다는 개념이 아닐까 싶다.

 

하는데 아도르노는 이 생각도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의 말로는 대중들의 수요는 문화산업에서 기만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무슨 말이냐면.. 이렇게 어떤 표준들이 말그대로 표준(기준)이 되는 과정은

그게 그럴만해서 그런 것보다는 산업의 주체들이 계속해서 주입한 결과라는 것이다.

 

음악의 예를 들면 라디오 (요새는 스트리밍도 되고 길거리에서도 마구 흘러나오는데)에서

우장창창 막장창창 계속계속 흘러내보내면서 (플러깅 - 계속 꼽아댄단 뜻)

자연스럽게 그것에 익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말도 일견 일리가 있는게

한 2010년대 초반부터 아이돌 음악이 많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4분 남짓한 노래에 전체 스토리도 있고, (뭐 다 뻔한 이별해서 이제 내가 잘할게. 아님 잘 가 내사랑 이런 느낌이였지만은...)

(요샌 또 안 그런것 같지만) 굉장히 후크 송 위주의, 그리고 가사도 별로 알아들을 필요가 없는 가사들로 준비한..

그래서 처음 들을땐 이게 뭔가... 싶었는데.

 

그걸 계속 듣다보면 무감각해진다.

오히려 좋아지고 들을만해지고..

물론 그 중에서도 못뜨는 노래도 있고 잘되는 노래도 있고 나뉘지만은

계속된 방송 효과, 길거리의 재생 효과가 플러깅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만한 것은

예술성 그 자체보다도

이를 준비하고 띄우는 홍보, 방송 출연, 방송 출연을 결정하는 문화 권력

등이 그 작품, 그 예술가의 흥망을 정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

대중이 듣기를 원하는 개별적인 수요가 충족된다기보다는

대중은

자신에게 준비된 (산업이 준비해준, 공급해준) 작품을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난 A를 원하지만 B를 준비한 산업이 자꾸 플러깅한다고 생각해보면

A를 원했지만 점점 B가 좋아질 수 있다.

(나는 밴드 음악을 좋아했는데 밴드 음악 특유의 장르적 위치를 2010년 중반쯤부터 힙합이 흡수해버렸다.

그 전에는 힙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힙합이 꽤나 좋아졌다. ㅋㅋㅋ)

 

그럼 아도르노가 표준화를 통해 지적할 부분이 보일 것 같다.

 

아 그리고 산업에서 표준화가 이루어지는 이유 추측 두 번째를 말 안했는데 아래 접은 글로 퉁

더보기

도식이 있으면 좋은 이유는

제작하기 쉽기 때문이다.

 

어.. 내가 드라마를 한 편 만들어야하는데 어떻게 만들지?

라고 했을때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창작의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

 

옆 동네 드라마 어떻게 하나 보고 거기서 큰 틀은 따온다음에

변주만 대충 하면 될테니 말이다. 음.. 여기서 남주를 의사에서 기업 본부장으로 바꾸고..

불륜은 여기서 일으키지말고 저쪽에서 일으키고.. 어쩌고 저쩌고..

 

그게 업계인끼리 대화하기도 쉽고

"아 그래서 불륜은 언제 나오는데요?"

"예 이번엔 불륜 대신 친자에 관한 비밀을 푸는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ㅋㅋㅋ

 

 

다음 사이비 개성화로 넘어가보자.

 

사이비 개성화

 

성공 공식대로 제작된 작품들을 계속 관람하다보면

'식상해진다.'

 

에이 고놈이 고놈

노잼노잼

 

이렇게 될 테이므로 문화 산업이 저지르는 또 하나의 기만은

"이번엔 다르다." "독특한 히어로의 등장" "여태까지 볼 수 없는" 등등의 수식어를 붙인다는 것이다.

 

단순히 홍보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도 그렇게 한다.

그러면서 각각이 마이너한 하나의 장르로 개척되고 남기도 한다.

그러나 아도르노는 이것을 장르의 분화, 개별적인 수요의 충족으로 보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는 여전히 표준적인 성공 공식을 따르되, 작은 부분에서 변주만 일으키고 혁신적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문화 산업이 각각의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 (실은) 아님을 음악 방송으로 이야기하는데,

음악 방송에는 젊은 층을 위한 방송도, 중년 층을 위한 방송도(7080), 가요무대와 같이 장년 층을 위한 방송도 있지만은

아니면 힙합 방송도, 밴드 음악 방송도, 일반적인 가요 방송도, 음악 경연 프로그램도 다 있지만은

 

이런 다양성은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대중을 남김없이 산업의 통제로 끌어들임으로써 문화 산업의 지속을 보장하는

측면의 개성들이라는 것이다.

 

이 와중에 대중들은 뿌려진 작품이나 뿌려진 장르들 중에 자신의 픽을 고르지만,

이는 본인의 생각만큼 자율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이미 준비해준 메뉴 목록을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픽을 고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뭐 어때 어쨌든 다양해진 거 아니야? 라고 할 수 있으나

아도르노는

그래서 결국 문화산업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그럼 

도대체 (이런) 문화산업이 우리를 어떻게 만들길래 이렇게 경계하는 것일까?

 

바로 다음 글에서 이어가보겠다.

(원랜 거기까지 한 글로 담을라했는데 길어져서 끊어야겠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