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교육과정 넘어가기 시간>입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왜 허수는 크기 비교를 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파헤쳐보겠습니다.



역시 이미 허수에 대해 얼추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므로,

허수를 어느 정도 공부한 학생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수를 만들 때는, 원래 하던 것들과 원래 되던 것들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




자연수밖에 모르던 시절 0을 만들었고


분수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던 시절 유리수 개념을 만들었고


양수밖에 모르던 시절 음수를 만들었고


제곱해서 2가 되는 숫자들을 찾아서 루트 개념도 만들었고

루트를 비롯해서 유리수가 아닌 수 무리수란 것도 생각해냈으며


제곱해서 양수가 안되는 수들을 생각하다가 허수란 것들도 만들지요.



이렇듯 도입되는 새로운 수들은


원래 있었으나 몰랐었고, 다만 발견한 것일 뿐일까요?


아니면 사람들이 이런 수들이 있었으면 보다 편리하겠다, 혹은 보다 완전해지겠다 라는 소망으로 


만들어낸 발명일까요?




글쎄요 사실 만들었다고 봐야할지 발견했다고 봐야할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 포스팅 '왜 허수는 크기 비교를 하지 않을까?'에서 좀 더 강조하고 싶은 것들은


이렇게 새로운 수들이 도입될 때 우리가 지켜야할 하나의 원칙이 있다는 겁니다. 


그 원칙이 뭐냐면


 원래 수들로 할 수 있었던 이야기들은

 새로운 수들을 갖고서도 할 수 있게끔

 새로운 수들을 도입해야 한다. (그게 발명이든 발견이든..)



다시 말해, 새로운 수들을 만들고 그 수들을 생각할 때는


원래의 수들이 지녔던 성질이나 계산 방식 등이 그대로 유지되게끔


새로운 수들의 계산 방법이나 성질 등을 정해야 된다는 소리입니다.





이게 허수의 크기 비교와 무슨 상관이냐면,


허수를 만들 때 크기 비교를 하고 싶다면 원래 하던,


즉 실수의 크기 비교와 같은 방식으로 해야 된다는 소리지요.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았습니다.


실수의 크기 비교는 어떤 것이었는지 되새기는 일이지요?





실수의 크기 비교는 뺀 결과와 0을 비교해서 정했었다!




초등학교 문제입니다. 7과 5중에 큰 수를 고르시오.


어떤 수가 더 클까요?


7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옛날 수학책들에 죄다 이런 질문이 있었던 게 생각납니다. 답 쓰는 건 쉬운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뭘 써야 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혹은 알았다 해도 다 쓰기에는 귀찮거나 팔이 아팠던 생각이 나네요. 그래서 죄다 '그냥'이라고 썼던 기억이 나네요. 혹시 여러분도? 혹시 요새 초등학교 수학책에는 없으려나요... 세월에 대한 눈물이 ㅜㅜ



동형이는 사과가 7개 있고 미튼이는 사과가 5개 있다고 했을 때, 누구 사과가 더 많은지를 알아봅시다.

이를 그림으로 그리면 이렇습니다.




동형이랑 미튼이가 참 귀엽게 생겼죠?

아이들 그림 출처는 http://www.iconarchive.com/ 입니다.


아무튼, 7이 5보다 크다는 걸 알기 위해서는

동형이 사과 한 개와 미튼이 사과 한 개씩을 짝짓고,


그래도 남은 게 누구 껀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동형이 사과가 2개나 남아있죠?


그러므로 동형이의 사과 7개가 미튼이 사과 5개보다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방금 한 것을 정리해본다면,



이기 때문에 7이 5보다 크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죠.




즉, 실수의 크기 비교는


두 수를 서로 뺐을 때, 0보다 큰지, 같은지, 작은지를 비교해서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크기 비교를 할 수 있으려면


뺀 결과(사과의 경우 숫자 2였죠)에 해당하는 숫자가 0보다 큰지, 같은지, 작은지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실수의 크기비교를 할 수 있으려면


아무 실수나 생각해도 그 실수가 0보다 크거나, 같거나, 작거나 셋 중 한 가지여야 한다는 의미죠.


여기까지 이해가 되시죠?






허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크기 비교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므로 만약 허수의 크기 비교를 하고 싶다면,


아무 허수나 갖고 왔을 때 그 허수가 0보다 크거나, 같거나, 작거나 셋 중 한 가지로 정해져야 합니다.



즉, 허수도 양수, 음수, 0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허수 중 대표인 를 생각해볼까요?


이것이 크기 비교가 되려면 


 이 세 가지 경우 중에 하나로 정해져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그럼 는 0보다 클까요? 같을까요? 작을까요?


알쏭달쏭하니까 일단은 각각의 경우를 가정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봅시다.



첫 번째로, 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이 때 원래 부등식의 성질을 기억하시나요? 양수를 양변에 곱하면 부등호 방향이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때 라고 했으므로 도 양수이고, 따라서 양변에 를 곱해도 부등호 방향이 변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고 우리가 의 제곱을 계산할 수 있으므로



을 얻습니다.



정리하면?





??? 말도 안되는 결과가 나왔네요.


이 때 우리는 여러 가지 선택 사항이 있습니다.



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양수를 양변에 곱하면 부등호 방향이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 가 안될 때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라는 처음의 가정을 포기하는 것.




세 가지 중에 첫 번째, 두 번째는 원래의 실수에서도 성립하는 사실들이었으니까 얘네를 수정하는 건 별로같아 보입니다.

그러므로 마지막 줄을 선택합시다. 그럼 둘중에 하나를 골라야 겠군요.


일 때는


이번에는 등식의 성질이군요. 같은 수를 곱해도 같다.


따라서 양변에 를 곱한다면?


이고 그 결과는 


입니다.


이번 경우도 실패군요.




이번에는 가 음수이고, 따라서 양변에 를 곱하면 부등호 방향이 바뀌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고 정리하면 


입니다.


ㅠㅠ




그래서 중에 어떤 것을 고르든지 상관없이 모순되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원래 있던 성질을 조금 포기하면 (특별한 전제 조건을 붙인다면) 허수의 크기비교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원래 성질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허수의 크기 비교를 포기해야겠군요.



따라서 허수는 크기 비교를 하지 않도록 합시다.


이게 결론입니다.





뭐 좀 이상한데요? 

아니 애초에 

실수는 크기가 있는 수고 양수고 음순데

허수는 크기가 없는 수인데 0이랑 크기비교를 한다는게 말도 안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근데 사실 방금 여러분이 한 말이랑 제가 위에서 길게 한 말이 똑같습니다.

제곱해서 -1이 되는 숫자를 라고 하기로 했는데, 

이 숫자가 크기가 없는 수라는 거는 어떻게 파악하나요?


결국 가 크기가 없는 수라는 소리는 를 양수로도 음수로도 정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고 앞에서 말씀드렸었네요.


실제로 양수나 음수라고 정하는 순간 어떤 모순이 생기는 지 위에서 함께 봤었구요.


만약 모순이 없이 잘 정할 수 있었다면?


그럼 허수와 실수끼리도 크기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가 2와 3 사이에 있는 수다. 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었겠지요.


실은 2와 3 사이에 있는 어떤 수든지 제곱해도 음수가 될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결국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같은 질문같기도 하네요.




아무튼 이런 이야기의 의의 중 하나는

허수끼리도 크기 비교를 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입니다.


와 의 경우, 는 가 2개 있다는 소리이므로 왠지 더 큰 것 같아 보이지만,


이 때도 역시 빼서 양수,음수,0인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므로 이걸 갖고 또 크기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겠지요.









<교육과정 넘어가기 시간> 연재목록


1차 왜 허수는 크기 비교를 하지 않을까?

2차 유리근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