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이어집니다.


 

책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는 서평들을 좀 안 좋아하는데

재밌는 글들이 좀 보여서 이번엔 좀 해보겠습니다.

 

1. "어떤 경우이건 간에 한 가지 가능한 전략은, 새로운 지식을 마치 우리가 실제로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바와 전혀 다른 어떤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지적 차별 전략이다. 새로운 지식이 오래된 지식에 도전할 경우 그와 같은 일이 흔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지식이 실제로 아동 자신의 지식이 되거나 실재의 일부가 되기는 어렵다. 새로운 지식은 얄팍하게 학습되고,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잊혀지고 만다."

 

- 첫 문단 보고 충격받았다. 나는 저런 전략이 가능할 거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

근데 읽으면서 스쳐지나가는 기억이 확률과 통계 수업에서 진짜 확률 체크해보는 실험해봤을 때다.

확률을 가늠하기 힘든(계산하기 힘든) 예시를 하나 주고, 실제로 해보면서 일어난 빈도를 체크한 다음에, 이걸 계산 결과와 비교해보는 활동이였는데 학생 한 명의 소감이 이랬다.

"계산 결과와 실제 실험 결과가 비슷한 것에 놀랬다. (그간 계산한 내용은 믿지 않았었다.)"

 

믿겨지지 않았다도 아니고 믿지 않았다래... ㅋㅋㅋㅋ

 

돌이켜보면 나는 어떤 글을 읽든, 어떤 걸 배우든

이건 세계를 알게 해주는 견문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부단히 내 삶이나 나를 둘러싼 환경과의 연관성을 짚어보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그게 없이 외부에서 부과된 지식을 포장지를 뜯지 않은 채로 고스란히 모셔둘 수도 있었던 거구나..

그리고 사실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하고 있겠구나.. 라는 충격을 받았다.

 

내가 전달한 내용이

그러니까 정성스레 택배포장해서 리본도묶고 안에

엽서도 쓰고 (구매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제품이 당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랄게요~~)

박스에 넣고 보냈는데 절대 뜯어지지 않은 채로 마음 속 창고에 있다는 뜻이니...

서운하다는 게 아니라 그럼 학습에 의미나 보람을 절대 느끼지 못할 테니 그게 너무 안타깝다.

 

2. (1에 이어서)

이번 주 학생 상담을 하는데 학교 기본 양식에는 조금 없는 내용들이 있어서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이랑 그 이유를 적어보라고 했는데

진짜 웃기는 게 우리반애들은(이관데) 하나같이 영어 싫다하고.. 

앞 선생님 반 애들은(문관데) 하나같이 수학 싫다고 하더라

 

근데 재밌는건 좋아하는 과목에 수학 쓴 사람은 못봄 (사실 딱 한 명 있었다)

 

아무튼 1에 이어서 써보자면

자는 시간도 써보라고 했는데 막 4-5시간, 심하면 3시간30분 자는 애들도 있던데

맘같아선 학원다니지말고 자는 시간 확보해라 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순 없으므로..

 

아무튼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애들도 있는데

좋아하는 과목을 못 쓴다.

그러니까 즐겁지 않은 채로, 혹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채로 학습을 하고 있다는 소리다.

얘네들도 포장지 안 뜯은 애들이 아닐까?

옷이 배송이 됐으면 입어봐야 보람을 느낄텐데..

참 쉽지 않은 일이다.

 

3. "교사가 겉으로 신봉하는 이론과 실제로 사용하는 이론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가르치고 있는 교사를 관찰해 보면 교사가 이론적으로 지지하는 탐구관과 가르치는 실제 속에 들어 있는 탐구관은 차이를 보인다.

(중략)

일반적으로 교사들이 신봉하는 탐구관과 교수관은 서로 상당히 많이 일치한다. 그러나 교수의 실제는 (많은 교사들이 알고 있듯이) 내세우는 견해를 따르지 못한다. 대체로 결정적인 순간에 이상을 저버린다. 비판적 관점을 지지하는 교사들도 때로 권위에 의거해 가르치거나, 해석학적 상대주의에 빠지거나, 불안한 학생들이 복잡하지 않도록 따라오기 쉽게 해주기 위해서 방법론적 공식을 단계적으로 제공한다."

 

- 맞다. 그래서 실제로 일어나는 교수 장면(수업 장면)을 들여다 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대화들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뜨끔하기도 함..

 

4. 완전 딴 소린데, 숙제처럼 책 읽다가 어느 순간 재밌어졌다.

사실 오늘 2연타를 맞긴 했다. 과후배이자 교사를 이제 그만두는 친구랑 오랜만에 전화를 했는데

사교육 공교육 다 경험해본 그의 입장에서, 공교육에 몸담고 있으면 자신이 발전할 동기 부여가 별로 안될 것 같아 그만둔다고 한다. 

두 번째는 오랜만에 페이스북 들어갔다가 뭘 봤는데, 블라인드에 "10년차 교사의 후회"였나 뭐 그런 글이였다.

요지는 자신의 학력이나 뭐 그런 거에 비해 현재 받고 있는 경제적 대우가 충분치 못하다고 느끼는 것. 혹은 발전을 위한 경제적 동인을 느끼지 못하는 것.

 

나도 아는 소리고 일부 공감도 하던 소리였는데

오늘따라 공감이 좀 많이 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방학에 나만 나와 있었어서 그런가..

요새 다른 직업 알아본다는 교사들이 많아서 그런가..

 

근데 어쨌든,

교사의 제일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수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바라보자면

그리고 또 내가 비유하길 좋아하듯이 수업을 연극 무대에 서는 것으로 바라보자면 (물론 몇년 1인극하다가 반성하게 된게 요즘이다.)

극인들이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같은 극을 여러번 하더라도

혹은 조금 다른 극을 하더라도

관객과의 호흡도 있겠지만서도

점차 가다듬고 발전해가는 무대를 완성시켰을 때가 아닐까 싶다.

너넨 무대 밖도 모르고 극만 하는 녀석들이잖아 라고 해도

그 안에서 에너지를 집중하고 발전 시킬 부분들은 계속해서 생겨나는 게 아닐까 하는..

사실 책 읽으면서 생각할때는 되게 강렬했는데 쓰면서는 좀 힘을 잃었다.

아무튼...

 

5. (4에 이어서)

과 동기이자 (나는 포기한) 대학원을 다니는 녀석의 말이

자기는 달과 6펜스 테스트를 해본다고..

뭐냐 물었더니

(저 책도 읽었는데 내용이 기억이 안난다.) 무인도에서 나만 있는데, 어느 순간 무언가 하고싶었던 일, 혹은 알아내고 싶었던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리고 그냥 거기서 죽는다고 생각해본다는 것이다.

'그랬을 때 만족스러운가?'

나는 솔직히 들었을 때 말도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질문을 좀 바꿔서

무인도에 나랑 어떤 100명이 있는데, 어느 순간 무언가 하고 싶었던 일, 혹은 정말 알아내고 싶었던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리고 그대로 거기서 잊혀진다고 생각해본다는 것이다.

100명과 그 순간을 나누면?

그건 괜찮을 것 같다.

그게 뭐 70억이면 더 좋겠지만은..

 

4,5번은 왜썼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르겠다.. 자야겠다 새벽이네

 

6. 현상학, 해석학, 변증법적 탐구, 의미의 구성

인식론에 대해 무지하여 관련 단어가 나오면 진짜 잘 모르겠다.

엄청 추상적이라 해석의 여지가 엄청 많은데.. 관련 글을 읽어보면 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

 

굳 밤 되시길